르포-해남제일 붕어곡창
월척의 江 고천암호를 가다
해남군 황산면의 고천암호는 250만평 초대형 간척수로다. 해마다 2월부터 월척을 배출하고 3~4월엔 곳곳에서 노다지 조황을 터뜨리는 호남의 빅스타다.과연 고천암호의 올 봄낚시 여건은 어떤지 살펴보기 위해 현장을 답사했다.
김중석 객원기자·천류 필드스탭
▲송호수로 중류. 갈대 포인트가 발달한 송호수로는 3~4월에 참붕어 미끼로 월척을 낚을 수 있는 곳이다.
1코스 길호리수로(남천수로)
월척은 1월 말부터 출현했다. 1월 30일 밤 ‘고천암 전문가’인 붕어연구소 대물실사팀의 황광인 고문과 통화를 했는데 “경기도에서 내려온 꾼들이 오늘 오후에 길호리수로에서 4짜 한 마리와 준척 붕어를 마릿수로 낚은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31일 새벽, 길호리수로부터 들러보았다.
겨우내 주말마다 꾼들이 많이 몰리는 길호리수로는 내가 낚시춘추 2월호에 화보로 소개하기도 했다. 4짜 붕어를 낚았다는 경기도 낚시인을 찾았으나 이미 철수해버린 상황. 나머지 꾼들의 살림망을 보니 간밤에 붕어 얼굴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햇살이 따스하게 비추는 아침시간에 길호리수로 다리 밑 부들밭에서 낚시하던 광주꾼 김경석씨의 대가 휘는 것을 보고 내려가 보니 28cm 붕어였다. 그때 위에서 큰소리가 들려왔다. 고천암 환경지킴이 김정웅씨였는데 그는 다짜고짜 “낚시꾼들, 모두 이리로 올라와보시오!”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이유인즉 도로가에 버려진 쓰레기 때문이었다. 내가 봐도 너무 많은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너무나도 안타깝고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오전 10시쯤 길호리수로 우안에서 낚시하던 보트가 나오기에 가보니 살림망에 35cm 월척 외 8~9치 붕어가 20여 수 담겨있었다. 그는 광주꾼 조병만씨였는데 “밤낚시로 연안 갈대 언저리를 공략해 낚았다”고 했다. 햇살이 퍼지면서 간간이 중치 붕어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황광인 고문과 함께 다른 수로를 둘러보기 위해 이동했다.
▲길호리수로에서 보트낚시를 한 광주 낚시인 조병만씨의 조과. 밤낚시로 갈대 언저리를 노려 거둔 조과다.
2코스 해남수로
다음으로 찾은 곳은 고천암호 최상류에 해당하는 해남수로(해남천)다. 주로 가까운 해남의 꾼들이 찾는 수로인데 상류 해남읍의 상미지·금강지·장성지 등의 퇴수로와 연결되어 있다. 상류에서부터 두 번째와 세 번째 남산교 사이에서 주로 낚시가 이루어진다. 당일 해남꾼 한명이 남산교 아래에서 홀로 낚시하고 있었다. 그는 “이곳 해남수로는 해남꾼들 단골터로 누구나 자기만의 포인트를 만들어 놓고 드나든다”고 했다.
3코스 원호수로 & 짜장수로
다시 차를 몰아 원호수로로 갔다. 상류에는 교동지가 있어 교동지 퇴수로이기도 하다. 폭이 좁고 갈대와 부들이 혼재한 곳으로 초보자들도 짧은 대와 긴 대로 쉽게 공략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았다. 폭 40m에 수심이 60~70cm로 물빛이 아주 맑은 편이었으나 황광인 고문은 “내 경험으로는 산란이 시작될 무렵 최고의 포인트”라 했다. 하류로 내려가면서 약간씩 폭이 넓어지는 곳인데 수로 양 옆 갈대밭을 공략하는 보트낚시꾼을 발견해 한참 동안 지켜보니 준척급 붕어를 간간이 낚아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원호수로 상류에서 내려오다 보니 고천암호 본류와 맞닿은 지점에 본류대 제방을 사이에 두고 해남수로 쪽으로 폭 15~20m, 길이 2.5km에 달하는 수로가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낚시꾼들은 이곳을 ‘짜장수로’라 했다. 부들과 갈대가 혼재한 포인트에서 강진에서 온 꾼들이 8~9치로 많은 양의 붕어를 낚아내고 있었다. 도로에서 접근이 쉽고 여기 저기 옮겨다니며 발로 하는 낚시에 제격인 포인트들이었다.
▲삼산수로에서 만난 현지 낚시인 김재남씨. 릴낚시로 낚은 월척 붕어들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4코스 송호수로
다시 하류 쪽 송호수로로 내려왔다. 인근에 정림물산이라는 회사가 있어서 ‘정림물산수로’로 불리기도 하는데 폭 40m의 연안에 갈대가 잘 발달된 곳이다. 이곳은 낚시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원시림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3~4월에 참붕어미끼에 월척이 자주 선보이는 곳이다. 중류에 다리가 하나 있었고 다리 위쪽은 수초가 밀생해있다. 좀 늦은 아침시간 광주에서 온 꾼들이 부들과 갈대에 바짝 붙여 지렁이로 8치 정도의 붕어를 간간이 낚아냈다.
5코스 황산수로와 본류
최하류의 지류인 황산수로를 찾았다. 고천암호 제방 좌측 첫 번째 지류인 황산수로는 용골수로로도 불린다. 먼저 황산수로 최하류와 본류가 만나는 일명 ‘불탄갈대’ 자리를 훑어보았다. 2006년 3~5월에 30여 마리의 4짜와 수백 마리의 월척이 낚인 곳으로 유명해진 포인트다. 지금은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 예전의 그 포인트를 찾기 힘들지만 그때 대박 조황을 맛본 꾼들이 당시 조황을 못 잊어 이제는 생자리나 다름없는 본류 연안을 따라 100m 이상 걸어 들어가 낚시한 흔적들이 많다.
황산수로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갔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다리 사이가 가장 좋은 포인트다. 수초밀생지역과 밋밋하게 스윙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수심은 현재는 60~70cm. “수초직공채비가 필요한 지역으로 마릿수는 적어도 씨알에서 월등하다”는 것이 황광인 고문의 이야기다. 최상류 수로가 시작되는 지점에는 용골지의 퇴수로가 연결되어 있다.
▲삼산수로에서 거둔 조과를 앞에 두고. 좌로부터 필자, 이영섭, 이용성, 이중옥씨.
6코스 삼산수로(해창수로)
이제는 2km 길이의 고천암호 제방을 가로질러 우측 지류를 살펴보기로 한다. 우측 첫 번째 지류는 삼산수로다. 두륜산 계곡물이 흘러드는 이곳은 수로 길이만 거의 10km에 달한다. 총 4개의 다리가 있는데 상류 쪽에서 내려가자면 첫 번째 다리가 해창교, 두 번째 다리가 금풍교, 세 번째 다리가 신풍교, 네 번째 다리가 연곡교다. 가장 좋은 조황을 보인 곳은 하류의 신풍교와 연곡교 사이로 연안에 부들이 자라고 있다.
영암꾼들이 자주 찾는다는 수로인데 이날도 영암라이트피싱클럽 김회신 회장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그는 “일주일 전에 월척만 10마리 낚아서 다시 찾았다”고 했다. 방대한 포인트를 둘러보다가 금풍교와 신풍교 사이 중간에서 릴낚시를 하고 있는 김재남 노인(해남군 화산면)을 만날 수 있었다.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35cm 월척과 7마리의 씨알 좋은 붕어를 낚아놓고 있었다. 81살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음을 과시하는 그분은 “거의 날마다 출조한다. 신정연휴 5일간 릴낚시로 35kg의 붕어를 낚았다”고 했다. 또 “2007년 1월에 강진 만덕호에서 55cm 붕어를 릴로 낚아 해남신문에까지 소개되었다”고 자랑이 대단했다. 이곳 삼산수로를 꿰뚫고 있는 듯 출조만 하면 월척 낚는 건 문제도 아니라고 했다.
삼산수로 연곡교 하류서 직접 밤낚시
해거름과 아침에 33~35cm 월척 3마리
이제 우리 낚시를 할 시간이다. 고천암호를 모두 돌아본 끝에 밤낚시터로 정한 곳은 황광인 고문이 적극 추천한 삼산수로 세 번째 다리와 네 번째 다리 사이의 중류. 회원 4명이 이른 저녁을 먹고 낚시를 시작했는데 이중옥 회원이 바로 월척 한 마리를 손에 쥐고 나에게로 왔다. “글쎄, 밥 먹고 들어가보니 찌가 올라와 둥둥거리고 있는 것을 챔질했더니 월척이더라”고 했다. 우리 옆에 앉아 낚시를 하던 광주낚시인도 33cm 월척을 낚아 모두를 긴장상태로 몰아넣었는데, 밤새 입질다운 입질은 없었고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입질이 다시 살아나 간간이 준척 붕어가 올라왔다. 오전 11시경 가장 멀리 던진 5.8칸대에 참붕어 미끼를 꿴 찌가 슬슬 올라왔다. 기우뚱거리는 순간 챔질해보니 35cm 월척 붕어였다.
▲삼산수로에서 만난 영암 낚시인들의 월척 준척 조과.
고천암호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를 빠져나와 영암·금호방조제를 건너 별암-화원-문내면소재지(우수영)까지 간다. 우수영에서 해남 방면 18번 국도로 가면 황산면소재지 삼거리. 우회전하면 제방으로 가고 좌회전하면 해남으로 간다. 해남 방면으로 가면 송호리, 원호리, 상등리에서 각각 수로 상류로 진입할 수 있다.
현지문의 무안I.C낚시마트 061-454-7276
■ 전국낚시지도 333P D2 아이코드 718-204-2232
▲길호리수로 최상류 길호교 아래. 연안 갈대밭에 자리를 잡은 광주 낚시인 신정환씨가 대를 치켜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