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섬붕어 불황 속에서

팔금도 읍리소류지 4짜눈에 확 띄네

안좌도로 들어온 지 벌써 한 달. 음성 중부낚시 박남수 사장과 함께 이곳저곳을 찾아다니고 있지만

이렇다 할 조황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던 중 12월 21일 팔금의 읍리소류지에서 4짜 소식이 들려왔다.

김용남 광천 대물야인 대표

▲12월 21일 밤 팔금도 읍리소류지에서 새우미끼로 42cm 붕어를 낚고 좋아하고 있는 성남의 심명보씨.

팔금도 읍리소류지는 팔금면소재지에서 북서쪽으로 5분이면 닿는 700평 정도의 진짜 소류지다. 3~4명 앉으면 꽉 차는 곳이다. 지난달 낚시춘추에 소개되었던 읍내리 둠벙과도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12월 초순경에 내가 찾았을 때도 물색이 좋아 낚시꾼을 보내보았는데 당시 잔챙이만 몇 마리 낚여 그 이후로 잊어버리고 있었던 곳이다. 그곳에서 4짜가 낚일 줄이야.
주인공은 이 섬에서 만나 안면을 튼 전주의 김수호씨다. 중앙수로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데 그가 철수한다며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다. 김수호씨의 쿨러에는 4짜 붕어 말고도 준척과 월척붕어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불황에 어디서 낚았냐”며 사진을 찍자고 하니 한사코 거부해 아쉬웠지만 그냥 보내야 했다. 그는 “읍리소류지에서 낚았다. 며칠 동안 계속 꽝을 치다 어제 오후에야 지인으로부터 소식을 듣고 들어갔는데 케미를 꺾자마자 새우에 입질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제방에서만 “푸당탕탕”, 중상류에선 애만 타고…

부랴부랴 찾아간 읍리소류지. 역시 물이 빠진 상태였지만 제방 쪽이 3~4m 정도 나올 정도로 수심이 깊었고 여전히 물색이 좋았다. 때마침 성남의 심명보씨(34)도 안좌도로 들어와 세 명이 밤낚시를 하게 되었다.
나는 1~2m 수심을 보이는 상류에 앉았고, 박남수 사장은 중류 2~3m 수심에, 심명보씨는 맞바람이 부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수심이 가장 깊은 제방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어젯밤 입질이 쏟아졌다’는 저녁이 왔고 우리는 새우를 꿰어 던져 넣고 잔뜩 긴장한 채 입질이 오기만 기다렸다. 그런데 생각보다 입질이 없다. 간간이 ‘휘이잉’하는 바람만 수면을 가를 뿐….

어제의 조황은 반짝 조황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9시가 지날 무렵 제방 쪽 심명보씨의 자리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턱걸이 월척에 이어 준척 붕어가 연달아 새우를 먹고 나왔다. 하지만 나와 박남수 사장 자리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날 밤 제방 쪽에서 들려오는 심 사장의 끊이지 않는 물파장 소리는 우리 두 사람의 애간장을 어지간히도 태웠다.
그렇게 아침이 밝았다. 나는 즉시 심 사장 자리로 가 그의 묵직한 살림망을 들어보았다. 탱글탱글한 붕어들 속에 두 뼘이 넘는 4짜 한 놈이 눈에 확 들어온다. 계측자에 올려 보니 42cm 대물붕어. 거의 20일 만에 보는 대형붕어라 기분이 남달랐다. 작년에는 매일 보다시피한 4짜였는데….
그날 심명보씨는 기쁜 마음으로 철수했고, 내가 그 자리를 이어받아 밤낚시를 계속하여 4짜는 아니어도 38cm 한 마리와 잔 씨알의 붕어를 열댓 마리 낚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다음날부터 다시 눈보라가 치고 수면까지 얼어버려 읍리소류지는 그것으로 마감하고 말았다.
█필자연락처  광천 대물야인(010-3767-1797)

▲ 제방에 앉은 심명보씨 혼자 낚은 4짜와 준월척들.                   ▲ 제방 좌안에서 찍은 읍리소류지 전경.

팔금도에서 전하는 메시지

날씨 풀린 2월 초 후에 오세요

섬붕어낚시를 즐기러 오는 대부분의 낚시꾼들은 무조건 많은 붕어를 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올 겨울은 심한 갈수와 불규칙한 기온 때문에 붕어 만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몇몇 수로를 제외한 저수지나 둠벙은 대부분 저수위이며 예년에 비해 추위가 극심하여 수면이 어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1월 하순까지는 섬낚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월부터 찾아와도 결코 늦지 않다. 날씨가 풀리고 기온이 오른 다음 현지에 낚시상황을 꼼꼼하게 체크한 뒤 섬 출조를 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