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에 주목하자
화성 왕모대수로의 진면목
11월 말 밤낚시에 8~9치 “얼음 얼면 더 호황”
장재혁 객원기자·천류 필드스탭
▲평산가인의 맹렬 여성 낚시인인 서윤경 회원이 수초치기로 낚은 8치 붕어를 보여주며 미소를 짓고 있다.
화성 왕모대수로는 얼음낚시 명소다. 1.5km에 이르는 긴 수로 연안엔 갈대, 부들, 말풀이 자라 있어 수초 사이에서 월척 붕어가 잘 낚인다. 얼음이 얼기 전인 11월 21일 평산가인 회원들과 이곳에서 밤낚시를 시도했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용두1리에 있는 왕모대수로는 겨울 내내 씨알 굵은 붕어를 만날 수 있는 수도권 안방터다. 작년 이맘때 수초치기와 짝밥 밤낚시로 월척이 한두 마리씩 낚이는 꽤 괜찮은 조황을 보여주었다. 이런 조황은 얼음이 얼고서도 계속 이어졌는데 작년 12월 말엔 좌안 하류 가지수로에서 얼음낚시에 42cm 붕어가 낚여 낚시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왕모대수로는 80~90년대에 수도권 낚시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곳이다. 규모가 크고 어자원이 풍부해 시조회터, 나들이터로 인기가 높았다. 그런데 90년대 말 상류 마을에 축사가 들어서면서 수질이 나빠져 낚시인의 외면을 받았다. 지금은 축사가 대부분 없어져서 낚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우리는 수로를 둘러보기 위해 제방을 먼저 찾았다. 제방에서 보니 수로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꼬불꼬불 뻗어나가 있다. 또 수로 연안을 따라 갈대와 부들수초가 근사하게 자라 있다. 수문 근처에 채집망을 던져 넣고 밤낚시 자리를 찾아보았다.
우안 하류의 가지수로가 마음에 들었다. 바람이 덜 타는 홈통 지형에 부들이 자라 있다. 수초 언저리에 찌를 바싹 붙이고 긴 대를 이용해 수로 중심부의 말풀 바닥을 노렸다. 수문에 던져놓은 채집망을 걷어 보니 굵은 새우와 참붕어가 득시글하다. 바닥 미끼가 이렇게 많다면 붕어도 분명….
초겨울이라 금방 어두워진다. 어둠과 함께 추위가 엄습해 왔다. 낚싯대에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았다. 어찌나 추운지 옆에 놓았던 물통의 물도 얼었다. 밤을 꼬박 지새웠지만 입질 한 번 못 받고 아침을 맞이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다른 낚시인의 조황을 살펴보았다. 상류에서 잔챙이 몇 마리 뿐 별 조황이 없는 상황. 그런데 “와”하는 환호성이 뒤를 돌아보니 좌안 중상류에서 남자친구와 같이 수로를 찾은 서윤경 회원이 수초치기로 8치 붕어를 낚아 즐거워하고 있다. 포인트를 살펴보니 갈대가 잘 자라있고 수심도 괜찮다. 주변의 적당한 자리를 골라 다시 밤을 새보기로 했다.
▲좌안 중상류에 앉은 고영태 회원이 아침에 입질을 받고 대를 세우고 있다. 낚인 씨알은 8치 붕어였다.
▲제방에서 바라본 왕모대수로. 가지수로를 거느린 ▲필자의 둘째 날 낚시 자리인 좌안 중상류.
본류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뻗어나가 있다. 연안에 갈대가 줄지어 자라고 있다.
갈대수초로 옮겨서 밤낚시 재도전
오후가 되자 날이 많이 풀렸다. 은근히 밤낚시가 기대되는 상황. 이윽고 찌불을 밝혔고 얼마 되지 않아 맨 좌측 갈대 옆에서 찌가 솟았다. 그런데 겨우 5치! 새우에 이런 잔챙이가 낚이다니…. 이후로 여러 번 입질이 들어왔지만 씨알은 나아지지 않았다.
나의 잦은 챔질 소리를 듣고 옆에 있던 낚시인이 찾아왔다. 그의 찌는 말뚝이란다. “집이 이 근처라 자주 찾습니다. 왕모대수로는 밤낚시를 하면 준월척 붕어 얼굴을 한두 마리 정도는 볼 수 있어요. 지금 시기에 이런 조황 볼 수 있는 곳이 없어요.”하고 말했다.
여명이 밝을 무렵 우측 부들 사이에 참붕어를 달아놓은 찌가 물속으로 곤두박질쳤다. 챔질을 하니 제법 힘을 쓴다. 어렵게 건져 올린 녀석은 체고가 높고 체색이 시커먼 9치 붕어. 빵이 좋아 월척인 줄 알았다. 이런 씨알이 낚이니까 왕모대수로를 찾는구나.
카메라를 들고 하류로 내려가 보았다. 좌안 하류 가지수로 입구의 ‘섬김의 집’ 앞에 앉아 있는 이춘형씨의 살림망엔 8치 붕어가 들어 있다. 그는 “처갓집이 이 근처라 자주 찾습니다. 오늘은 갑자기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큰 씨알은 안 낚이네요. 12월 말이면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데 그때 다시 와보세요. 작년 얼음낚시에서 월척도 잘 낚였고 4짜붕어도 직접 봤습니다.”하고 말했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비봉IC를 나와 우회전하여 제부도·송산 방향으로 가면 마도면소재지. 청원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10㎞ 가량 가면 도로 좌측에 ‘왕모대’ 이정표가 보인다. 좌회전하면 도로 좌측에 ‘섬김의 집’이 나오고 그 너머로 왕모대수로가 보인다.
좌안 하류 가지수로가 명당
상류는 수초가 너무 밀생해 있고 수심이 얕다. 하류의 가지수로에 낚시할 자리가 많은 편이다.
좌안 하류의 가지수로인 ①은 작년 얼음낚시에 42cm 붕어가 낚인 곳. 본류와 이어지는 초입에 낚시자리가 있다. 중상류는 갈대, 부들 등이 너무 밀생해 있다 수초직공낚시를 해야 한다.
우안 하류의 가지수로인 ②는 말풀이 자라 있으며 바닥이 비교적 깨끗해 떡밥낚시도 잘 되는 편. 인근의 둠벙도 노려볼만한 포인트인데 36cm 월척붕어가 낚였다고 한다.
③은 빼곡한 수초로 인해 본류와 단절되어 있어 둠벙처럼 보인다. 수초작업을 해야 낚시가 가능한 포인트. 간간이 월척 붕어가 낚여 유독 이 자리만 고집하는 낚시인도 있다.
좌안 상류 가지수로인 ④는 연안과 중심부에 골고루 수초가 분포되어 있으나 불법 정치망이 많아 조황은 떨어지는 편.
⑤는 수초 밀생 지역으로 수심이 얕아 수초직공채비를 사용해야만 낚시를 할 수 있다. 1번 다리의 상류도 낚시를 할 수 있으나 낚시자리는 별로 없다.
본류 중류인 ⑥은 일부 뗏장수초가 형성되어 있고 바닥엔 말풀수초가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