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섬붕어 조행기
안좌도 산두지 그 뜨거웠던 밤
열대야·모기떼도 막지 못한 꾼들의 집념
장재혁 객원기자·천류 필드스탭
‘무더운 한여름에 시원한 계곡지 대신 웬 섬이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붕어 많은 섬인데 겨울에만 되고 여름엔 안 될 이유라도 있던가. 전남 신안군 안좌도의 산두지는 매년 여름 큰 비 후 월척 호황을 보여주는 곳이다. 그런데 올해는 오름수위 상황도 아닌데 붕어가 쏟아져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 좌측 제방에 앉은 고영태씨가 아침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속에서 전남 신안 안좌도 산두지의 월척 소식이 들려왔다. 7월 30일 평산가인 회원 4명이 산두지로 출조하여 4짜 두 마리와 월척 다섯 마리, 준척붕어 70여 수를 낚아내는 대박 조황을 만났다는 것이다. 나 역시 7월 중순 장맛비 소식을 듣고 산두지를 찾으려 했으나 출조길에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중도포기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 호황은 오름수위 때문이 아니다. 산두지에서 4짜를 낚은 박경연 회원은 “나 역시 오름수위를 기다렸지만 좀처럼 비가 오지 않아 뭐라도 낚이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무작정 출조했는데 이런 행운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비를 기다리고 말고 할 게 없다. 8월 5일 고영태, 조창식씨와 함께 목포로 떠났다.
평산가인 회원들의 승전보
압해도 송공선착장에서 철부선을 타고 안좌도에 내린 다음 남쪽으로 달려서 산두지에 닿았다. 수위를 살펴보니 만수위보다 1.5m 낮은 상황이었고 소형 양수기로 물을 빼고 있었다. 마침 상류 산 밑 뗏장수초 포인트에서 낚시를 마치고 철수하는 낚시인이 있어 밤낚시 조과를 물어보니 6~7치 낱마리 수준이라고 한다. 조황이 좋지 않았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산두지 포인트는 상류가 아닌 제방이기 때문이다.
안좌읍 산두리에 있는 3만평의 산두지는 삼면이 제방인 각지 형태의 저수지로서 옆의 산두수로에서 물을 퍼 올려 담수하는 양수형 저수지다. 제방 석축에서 전방으로 15m 부근에 수심이 깊어지는 턱자리가 있는데 턱을 넘기지 말고 그 안쪽의 얕은 수심을 노려야 한다. 이러한 바닥지형은 삼면 제방 모두 비슷하므로 제방 전체가 포인트라 해도 무방하다.
우리 일행은 각자 자리를 정하고 서둘러 저녁을 해결한 뒤 초저녁 입질을 기다렸다. 좌측 제방에 앉은 내 자리의 수심은 긴 대가 60~80cm로 얕았고 오히려 발밑의 짧은 대가 1m 정도로 깊었다.
미리 담가둔 채집망엔 간혹 큰 새우가 몇 마리 들어와 있을 뿐 미끼로 쓸 만한 게 보이지 않았다. 뭍에서 준비해온 새우를 꿰어둔 뒤 바닥을 살펴보니 우렁이가 많이 보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렁이의 껍질을 깨고 속살을 미끼로 사용해 보았더니 얼마나 지났을까? 찌에 움직임이 포착되었고 잠시 후 찌가 솟아 챔질해보니 7치 붕어가 올라왔다. 우렁이 속살 미끼도 효과가 있구나 싶어 낚싯대 한 대에 우렁이 살을 꿰어 놓았다.
잠시 후 여기저기서 찌를 올리는 소나기 입질이 시작됐다. 정신없이 챔질을 했는데 씨알은 6~7치가 대부분이었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열대야가 찾아왔다. 석축에서 지열이 올라와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러내릴 정도였다. 게다가 풀과 석축 속에 숨어 있던 모기까지 덤벼드니 온갖 모기퇴치제를 동원해도 소용이 없다.
▲ 45.5cm 붕어를 낚은 박경연씨. 이외도 4짜 1마리와 월척. 마릿수 붕어가 낚였다.
가물치 아닌가 싶었는데 38.3cm 붕어
밤 11시경 3.8칸대의 찌가 꿈틀거리더니 두 마디 정도 올라오다가 멈춰 섰다. 더 올리겠지 싶어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는데 그 상태로 올리지는 못하고 계속 꼼지락거리며 약간 이동하는 듯 보여서 힘껏 챔질을 했다. 순간 낚싯대가 휘어지고 수면에 큰 파동을 일으켰는데 어둠속에서 가물치인지 붕어인지 쉽게 구분이 되지 않았다. 연안으로 가까이 온 놈은 붕어였다. 계측자에 올려보니 38.3cm. 무더위를 단번에 날려버리는 청량제 같은 붕어였다.
밤은 깊어도 열대야는 수그러들 줄 몰랐고 땀은 정말 비 오듯 흘러내렸다. 수건에 얼음물을 적셔 몸을 닦아 체온을 내리고 티셔츠를 세 번이나 갈아입어야 할 정도로 푹푹 찌는 더위. 오로지 찌가 올라오기만을 기다리며 열대야와 전쟁을 벌였다. 새벽 무렵 입질이 들어왔지만 8치를 넘지 못하는 씨알이 계속 낚였다. 발밑 1m 수심에서 들어온 입질은 찌를 반듯하게 올려주었지만 얕은 수심에서 나타나는 입질은 한 마디 정도 올리고 옆으로 끌고 가는 게 대부분이었다.
어느새 먼동이 터오면서 날이 밝기 시작하자 그렇게 극성을 부리던 모기도 사라졌다. 막바지 아침낚시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월척은 더 이상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고 6~8치 붕어로 손맛을 대신해야 했다. 밤낚시 조황을 살펴보니 월척은 내가 낚은 38.3cm 한 마리였지만 중치 붕어 입질은 쉴 새 없이 들어와서 다들 원 없이 찌올림을 봤다. 앞으로 더위가 물러난 후 수온이 정상을 찾으면 더 좋은 조황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 바닥에 서식한는 우렁. 꼅질을 깨고 속살을 쓰니 ▲ 중앙 제방에 앉은 조창식씨가 입질을 받고 챔질할
붕어가 올라왔다.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가는 길 목포에서 압해대교를 건너 압해면을 지나 송공선착장까지 가서 암태(오도)나 팔금(고산)으로 가는 배를 이용한다. 배편은 1시간 반~2시간 간격으로 있으며 암태도 오도선착장까지의 소요 시간은 30분. 암태도 오도선착장에서 남쪽 안좌 방면으로 10km 정도 가면 팔금도를 거쳐 안좌도에 이른다. 안좌도 연도교에서 약 6.1km 가면 안좌면소재지를 거쳐 좌측의 안좌부동길로 좌회전해서 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우회전하여 산두공원을 지나면 제방이 보인다.
조황문의 광주IC낚시 061-952-27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