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 수초작업의 보상이더냐?
예천 이사지가 하사한 메주콩 월척賞
이종일 객원기자
▲ 부들과 마름이 어우려져 그림 같은 포인트가 많은 이사지. 제방 좌안 무넘기 옆 포인트도 탐이 나는 자리였다.
충남 서해안으로 붕어낚시를 갈까 했는데 출조일인 7월 24일 새벽, 충남에 호우주의보가 떨어졌다. 광천 대물낚시 이영수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이렇게 큰 비는 처음 겪습니다. 내려올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세요”하고 말한다. 동행하기로 한 ‘낚시하는붕어’ 회원들에게도 급전을 보내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난감했다. 인터넷으로 비 영향이 없는 지역을 골라서 택한 곳이 경북 예천이다.
예천 대물낚시점에서 회원들과 만났다. 충남은 호우주의보지만 예천은 폭염주의보가 내려 아침인데도 푹푹 쪘다. 더욱이 노성목 사장의 한 마디에 회원들 모두 더위를 먹었다. “내려온다고 해서 내려오라곤 했지만 요즘은 날이 더워서 조황이 신통치 않아 어디를 추천해 드릴지 막막합니다.”
결국 붕어가 낚일 확률이 가장 높을 것 같은 곳을 골라 낙점한 곳이 경북 예천군 개포면 이사리에 있는 수면적 2천평 규모의 이사지. 4짜 대물이 들어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예천읍에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 새벽녘에 낚은 34cm 월척을 들어 보이는 필자. 메주콩으로 낚은 놈인데 찌올림이 환상적이였다.
땡볕에서 4시간 걸려 수초작업 기진맥진
저수지는 부들, 뗏장수초, 마름이 수면에 꽉 들어차있어 낚시여건은 괜찮아 보였다.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보면서 앉을 자리를 살펴보는데 더위 때문에 비를 맞은 듯 금세 온몸이 땀에 젖었다. 나는 제방 우측 산 밑의 부들밭이 마음에 들어 낚시짐을 풀었다. 수심을 체크하기 위해 채비를 던졌는데 어라? 바늘에 청태가 묻어나오는데 생각보다 양이 많다. 수초제거기로 4시간 가량 작업을 했는데 너무 더워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상류에서 수초작업을 했던 회원들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 대충 마무리하고 에어컨이 나오는 차안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
근처의 목욕탕에서 몸을 씻고 와서 어서 날이 저물기를 기다렸다. 해질 무렵 케미를 꺾고 미끼를 꿰었다. 이곳은 가물치가 많아 생미끼보다 메주콩이 적합하다는 노영목 사장의 조언을 따라 메주콩을 준비했다. 낚시점엔 삶은 지 얼마 안 된 무른 메주콩과 삶은 뒤 말린 단단한 메주콩 두 종류가 있었는데, 난 단단한 메주콩을 골랐다. 단단한 콩은 무른 콩보다 입질 빈도가 떨어질지 몰라도 미끼 손실이 적고 대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밤 9시경 제방 좌측 무넘기 주변에서 어지럽게 찌가 흔들리는 게 보였다. 낮에 인사를 나눈 춘천낚시인 김진욱씨가 메주콩으로 33cm 월척을 낚았다고 한다. 점차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 그때 상류에 앉은 한상훈씨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콩 때문에 환장하겠다고 한다. “척월님, 무른 콩을 샀는데 미끼 도둑이 있는지 자꾸 으깨지고 사라져요.” 역시 메주콩은 딱딱할수록 좋다.
▲ 수초가 잘 발달해 있어 대물 붕어 자원이 보존되어 있는 이사지. 상류 곳곳에 앉을 자리가 많다.
숨이 턱 먹히는 메주콩의 찌올림
자정을 넘어 잠깐 졸았다가 눈을 떠보니 새벽 4시였다. 물에 손을 넣어보니 초저녁보다 좀 식어 있었다. 가장 짧은 대인 2칸대에 드디어 입질이 들어왔다. 찌가 한 마디 들리다가 몸통까지 솟는 이단 입질. 역시 메주콩의 찌올림은 미끼 중 최고다. 이때 챔질을 하면 너무 빨리 채는 것이다. 크게 숨을 들이쉰 뒤 챔질을 하니 묵직한 손맛이 전해왔고 그대로 강제집행해서 끌어낸 놈은 34cm 월척이었다.
새벽 6시경에 다시 한 번 입질이 들어왔는데 이번엔 빈 바늘만 올라왔다. 너무 빨리 챔질을 한 것인가? 빈 바늘을 보면서 아쉬운 한숨만 내쉬었다. 날이 밝고 푹푹 찌는 더위가 다시 시작됐다. 조황을 살펴보니 나와 맞은편에 앉은 김진욱씨만 월척을 한 마리씩 하고 상류 모래톱에 앉은 예천낚시인 윤진식씨가 옥수수 미끼로 8치를 낚았을 뿐 붕어를 낚은 회원은 없었다. 공랑면 회원이 말했다. “계속해서 바늘에 청태가 묻어 나오더군요. 입질을 받았는데 채보니 빈바늘만 올라오고….”
다른 미끼도 그렇지만 메주콩은 바닥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크고 무거운 메주콩은 청태나 바닥이 지저분한 곳에선 쉽게 묻힐 수 있다. 가능하면 깨끗한 바닥에서 메주콩을 사용해야 한다. 메주콩으로 낚은 월척이어서 그런지 다른 때보다 더 귀해 보였다.
■현지문의 예천 대물낚시 054-655-2782
▲ 33cm 월척과 7~9치 붕어로 손맛을 본 춘천 낚시인 김진옥씨.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예천I.C를 빠져나와 예천읍까지 간다. 읍내 삼거리에서 상주 방면으로 좌회전해 가다가 상주 이정표를 보고 4차선 도로인 34번 국도로 진입하면 곧이어 삼거리. 개포·의성 방면으로 좌회전해 5분여 가면 개포 이정표가 보이는 갈래길에 이른다. 우회전해 가다가 이사리 버스정류장을 보고 좌회전해 마을길로 올라가면 제방에 이른다.